우린 쉽게 사랑을 말하곤 하지
늦은 밤 가로등 아래서
우린 쉽게 사랑을 말하곤 해
그녀를 바래다주던 길 어귀에서
가로등 불빛을 조명 삼아
그녀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사랑을 속삭였었지
그녀도 나를 사랑한다며
나를 마주 보며 속삭였고
우리는 남들과는 다르게
영원할 거라 믿었네
영원을 믿었네
우린 쉽게 사랑을 말하곤 하지
공허한 마음을 채우려
우린 쉽게 사랑을 말하곤 해
사랑에 취해버린 나는 바보처럼
그녀를 혼자 두었지
그녀는 새로운 사랑 찾아 떠났고
나는 붙잡지 않았네
사랑에 취해있던 우리는 눈이 멀어 서로를 보지 못하고
서로를 맴돌다 갈 곳 잃은 유성처럼 추락하네
우린 쉽게 사랑을 말하곤 하지
지나간 사랑을 잊으려
우린 쉽게 사랑을 말하곤 해
우린 쉽게 사랑을 말하곤 하지
순간의 속삭임에 취해
우린 쉽게 사랑을 말하곤 하지
빛을 쫓는 불나방처럼
우린 쉽게 사랑을 말하곤 하지
끝을 뻔히 다 알면서도
우린 쉽게 사랑을 말하곤 해
사랑했던 시간들은 찰나의 순간들로
사랑하던 모든 순간 우린 빛나고 있지
영원을 말하던 우린 다시금 너와 나로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우리
누구나 한 번쯤 겪는 뻔한 사랑 이야기
남들관 다르단 착각 속에 사는 사람들
연극이 모두 끝난 뒤에 사람들은 다 떠나가고
무대 위에 남아있는 건 벌거벗은 우리 마음들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