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트러진 눈동자
오래 전부터 막힌 코
혀 끝에 감도는 무감각
칼로 긁힌 듯한 목
매캐한 연기가
나를 감싸고
정신은 아득해져가
꿈을 꾸는 것 같고
삭혀 둔 울분을 토하듯 내뱉는
연기여, 나를 숨겨주오
끓어오르는 내 젊은 혈기여
가래 뱉듯 사라져주오
나의 시간은 만연한 밤,
다른 너들은 눈을 감고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그 속의 넌 행복할까
언제부터가 별은 하나 둘,
사라져가고
무엇 하나 남은 것 없이
두려워만 하던 어린 나
나 아직 그대로인 것 같아,
까맣게 색칠된 하늘을 봐,
어쩌면,
내게만 이리 보이는 걸까?
(연기여, 나를 숨겨주오..)
해는 다시 떠오르겠지,
빛은 다시 날 비춰줄까?
갉아먹힌 밤의 빈자리
그 공간에 설 수 있을까?
무심히도 꺼내 문
담배 한 가비,
곧 한 줄기 도화선이 되어
모든 걸 태워주오
작은 라이터 속에 녹아버린 청춘의
열정은 이내 연기가 되어
햇빛도 비추지 못하는 내 안을,
연기여, 가득 채워주오..
연기여, 나를 채워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