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마음씨 착한 농부가 살았어요.
하루는 농부가 밭에서 괭이질을 하는데 갑자기 “땡그랑” 하고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어요. 땅을 푹푹 파보니 덩치 큰 사람도 들어갈 만큼 커다란
항아리가 나오지 뭐에요!
“엥? 이게 웬 항아리야? 집으로 가져 가자!”
농부는 낑낑대며 커다란 항아리를 메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러고는 일할 때 썼던 괭이를 항아리 속에 휙 던져 놓았지요.
다음날 아침, 농부는 항아리 속에서 괭이를 꺼냈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항아리 속에 괭이가 또 하나 들어 있지 뭐에요?
“어제 분명히 괭이를 한 개 넣었는데, 또 하나가 있네?”
농부가 괭이를 꺼내자 똑같은 괭이가 항아리에서 계속 나오는 거에요!
농부는 하도 신기해서 항아리에 엽전 한 닢을 넣어 보았어요.
그랬더니 꺼내도 꺼내도 똑같은 돈이 계속 들어 있는 거예요!
농부는 너무 놀라 아내를 불러 항아리를 보여주었어요.
“옳거니! 이 항아리가 요술항아리로구나!”
“그러게요. 참 신기하기도 하네요.”
농부는 항아리 덕분에 금새 큰 부자가 되었어요.
이 신비한 요술항아리 소문은 온 동네에 퍼졌어요.
욕심쟁이 부자영감이 이 소문을 들었어요.
부자영감은 요술 항아리가 몹시 탐났지요. 게다가 자기가 농부에게 판 땅에서 요술항아리가 나왔다니,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어요.
‘흐음.. 어떻게 하면 그 요술항아리를 빼앗아 올 수 있을까?’
이리저리 궁리하던 부자영감은 마침내 무릎을 탁 쳤어요.
‘그렇지, 좋은 수가 있구나!’
부자영감은 한달음에 농부를 찾아갔어요
“여보게! 그 요술 항아리는 어디서 나왔는가?”
“그야, 밭에서 괭이질을 하다가 파냈지요.”
“그래? 그럼 이제 그 항아리는 내 것이네.”
욕심쟁이 영감이 다짜고짜 우기자, 농부는 어리둥절했어요.
“제 밭에서 파냈는데 어째서 영감님 항아리 입니까?”
“자네, 그 밭을 누구에게 샀나?”
“그야 오래전에 영감님께 샀지요.”
“허허, 이 사람아! 그때 나는 밭만 팔았지. 요술항아리는 팔지 않았다네.”
“아니 그게 어째서 영감님 겁니까? 말도 안돼요.”
“어서 내놓게나. 내 항아리!”
두 사람은 서로 자기의 항아리라며 옥신각신했어요.
그러다 결국 두 사람은 원님한테 가서 물어보기로 했어요.
“너희들 이야기가 모두 그럴듯하구나. 일단 항아리를 가져와 보아라!”
두 사람이 항아리를 가져오자 원님이 말했어요
“항아리를 한 번 시험해 보아라.”
농부가 항아리 속에 콩 한알을 넣었더니 콩이 좌르르르 나오고, 부자영감이 신발을 넣었더니 신발이 줄줄이 계속 나왔어요. 원님은 하도 신기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지요. 원님은 요술항아리가 탐이 났어요.
“공평하게 항아리를 반으로 쪼개 나눠 가져라.
하지만 그리하면 항아리를 쓸 수 없으니 나라의 바쳐라 어험!”
농부와 욕심쟁이 영감은 그냥 빈손으로 터덜터덜 돌아갔지요
원님은 항아리를 자기집 대청마루에 갖다 놓았어요.
그런데 원님에게는 팔십이 넘은 아버지가 있었어요.
마침 원님 아버지가 마루에 나왔다가 커다란 항아리를 보았지요.
“웬 못 보던 항아리냐? ”
원님의 아버지는 항아리 속을 들여다보다가 그만 쏘옥 빠지고 말았어요.
“아비야, 나 좀 꺼내다오!”
원님이 얼른 달려와서 아버지를 꺼냈지요. 그런데 이 일을 어쩌지요?
항아리 속에 아버지가 또 들어 있지 뭐에요!!
“아비야 나 좀 꺼내다오!”
“아비야 나 좀 꺼내다오!”
어느새 원님의 집에는 아버지들로 가득 찼어요.
“진짜 아버지는 어디 계세요?”
“여기 있지 어디 있느냐?”
“내가 진짜 아버지란다.”
“이 가짜야, 내가 진짜 아버지라니까!”
요술 항아리에서 나온 아버지들은 서로 자기가 진짜라고 싸우기 시작했어요
치고 받고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그만 항아리가 와장창 깨지고 말았지요
항아리는 깨지고 백 명도 넘는 아버지는 온 집안에 가득하고,
원님은 하도 기가 막혀 땅이 꺼지도록 한숨만 푹푹 내쉬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