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한 소금장수가 살았어.
커다란 지게에 소금자루를 싣고,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면서 소금을 팔러 다녔지.
“소금 사려! 짭짤한 소금 사려!”
하루는 소금을 팔러 다니다가 다리가 아파서 잠시 앉아 쉬게 되었어.
소금장수가 커다란 나무 밑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나뭇잎 사이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무언가가 보였어. 자세히 들여다 보니 사마귀인거야.
그래, 사마귀란 녀석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나뭇잎 한 장을 들고 매미 쪽으로 슬슬 다가오네! 그러더니 이 나뭇잎을 자기 이마에 탁 붙였어. 그러니까 사마귀가 온데간데 없이 안 보이는거야.
소금장수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마귀가 어디갔나 찾아봤어.
그런데 감쪽같이 사라졌거든. 조금 뒤 사마귀가 다시 나타났는데, 이마에 붙어있던 나뭇잎을 떼어버리고 매미를 잡아먹고 있지 뭐야?
“오호라~ 이 나뭇잎을 붙이면 감쪽같이 보이지 않고, 나뭇잎을 떼면 모습이 보이는구먼!”
소금장수는 이 신기한 나뭇잎을 주워 주머니에 넣어서 집으로 돌아왔어.
그날 저녁, 소금장수는 집에 들어가면서 이 나뭇잎을 시험해 보고 싶어졌어.
소금장수는 나뭇잎을 이마에 탁 붙여보았지.
아이들이 와당탕탕 집으로 뛰어들어오는데, 아버지를 보고도 인사를 안하네?
소금장수는 부엌으로 들어가봤어. 한창 저녁을 준비하던 마누라도 소금장수가 온 줄 모르는 거야.
소금장수는 나뭇잎을 이마에 붙인 채, 큰 소리로 말했어.
“얘들아~ 아부지 왔다. 여보~ 나 왔어요!”
“어? 아버지 목소리는 들렸는데, 아버지가 어디 계시지?”
아이들은 두리번두리번 아버지를 찾아보았어.
소금장수가 이마에 붙인 나뭇잎을 떼어내자, 마누라가 깜짝 놀라며 말했어.
“아이코! 여보, 언제 오셨수?”
소금장수가 다시 나뭇잎을 붙이니, 아이들이 “아버지가 금세 어디 가셨나? 아부지.” 하며 불렀고, 소금장수가 다시 나뭇잎을 떼니, 아이들이 “아버지가 다시 오셨네!” 하는 거야.
“허허, 거 참 신통하다. 요술을 부리는 신기한 나뭇잎이로구나! 내일부터는 힘들게 소금을 팔러 다닐 게 아니라, 이 나뭇잎을 붙이고 사냥을 하러 가야겠다.”
소금장수는 나뭇잎을 소중하게 잘 싸서 주머니에 넣어 두었어.
다음날 아침 일찍, 소금장수는 사냥을 하러 산으로 올라갔어.
토끼나 사슴, 꿩이 보이면 나뭇잎을 이마에 붙이고 슬슬 다가갔지. 동물들은 소금장수가 자기를 잡으러 온 줄도 모르고 가만히 있다가 그대로 잡히는 거야.
소금장수는 사냥을 많이 해서 내다 팔아 금세 부자가 되었어.
소금장수는 이제 사냥하는 것도 귀찮아졌어. 나뭇잎을 이마에 척 붙이고 장터로 나갔지. 떡집에 가서 맛난 떡을 집어먹고 그냥 나오고,
쌀집에서 쌀을 한 가마니 메고 그냥 나오고,
생선 가게에서 잘 마른 굴비도 한 두릅 가지고 그냥 나오고,
옷감 가게에서 비단 옷감을 들고 그냥 나왔어.
그렇게 해도 가게 주인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가만히 앉아 있네.
‘이히히, 고것 참 재미있다. 또 뭘 가지고 가나? 히히히’
소금장수는 점점 더 비싸고 큰 물건들을 집으로 실어날랐어.
소금장수에게는 그 나뭇잎이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이야. 이 나뭇잎만 있으면 갖고 싶은 것은 모두 다 가질 수 있거든. 그래서 밤이면 밤마다 호롱불을 켜 놓고, 나뭇잎을 어루만지며 애지중지했지.
“오호! 기특하고 예쁜 나뭇잎이로구나. 어쩌다 네가 나에게 왔느냐, 허허허.”
그런데, 소금 장수가 그만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호롱불에 치이익 타버렸네.
날이 밝자마자, 소금장수는 신기한 나뭇잎을 찾으러 지난번 그 나무로 갔어.
나무 밑에 앉아서 사마귀를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사마귀가 나타나지를 않잖아.
소금장수는 할 수 없이 그 나무에 달린 나뭇잎을 몽땅 따서, 자루에 담았어.
“이 나뭇잎들 중에는 신기한 나뭇잎이 있겠지.”
소금장수는 나뭇잎 자루를 가져와서 안방에 쏟았어.
이마에 나뭇잎을 하나 붙이고는 마누라에게 물었어.
“내가 보이는가?” 하고 물으니 “보여요!”하고 대답했어.
또 다른 나뭇잎을 붙이고는 “내가 보여?” 하고 물으니 “보인다니까요!”하고 대답했어.
소금장수는 수많은 나뭇잎을 한 장씩 이마에 붙이고는 물었어.
“보여?”
“보이네.”
“보여?”
“보이네!”
“보여?”
“보인다니까!”
이렇게 밤새도록 마누라에게 물으니 마누라가 점점 지겨워지는 거야. 게다가 마누라는 졸려서 꾸벅꾸벅 졸기까지 했어. 너무 잠이 쏟아지니까 그냥 이렇게 말해 버렸어.
“안 보이네, 안보여!”
소금장수의 마누라는 이렇게 말하고 잠들어 버렸어.
“옳지, 드디어 신기한 나뭇잎을 찾았다! 어허허허.”
소금장수는 좋아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어.
다음 날, 소금 장수는 그 나뭇잎을 이마에 척 붙이고 장터로 나갔어.
‘오늘은 뭘 먹어볼까?’
그런데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질간질했어. 기름에 자글자글 익힌 빈대떡 냄새였어. 소금장수는 곧장 주막 안으로 들어갔지.
부엌으로 가서 이제 막 부쳐낸 빈대떡을 젓가락으로 뚝 떼어서 간장에 찍어 입에 넣자마자, 소금장수는 행복한 얼굴이 되었어. 앉은 자리에서 빈대떡을 다섯 장이나 먹어 치웠지. 이제 일어나서 나가려는데, 주막의 주인 할머니가 잔뜩 화가 나서 쏘아보는 거야.
”예끼, 이 도둑놈아, 빈대떡을 먹었으면 돈을 내야지!”
소금장수가 우물쭈물하다 도망을 가려니까 주인은 소금장수를 붙잡아서 부지깽이로 마구 때렸어.
‘아야아야, 허어 이상허다. 분명히 나뭇잎이 이마에 붙어있었는데!’
소금장수는 흠씬 맞으면서도 자기가 진짜 남의 눈에 보이는지가 궁금했어.
그래서 이렇게 물어봤어.
“할머니, 제가 보여요?”
“그래 보인다, 보여! ”
소금장수는 너무 욕심을 부리다가 혼줄이 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