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비 사이로
머리를 내밀어도
한 발자국도 내밀 수 없어
날은 밝지만
넌 단 한 번도
네 손으로 깨본 적이 없네
넌 늘 널 못 믿어
먼발치에 둔 시선
손톱은 자라나고
야유와 힐난이
그치는 긴 밤이
기다림의 끝에 있다
감았던 마음 한 번
사랑한단 말 한 번
비참하게 떨어뜨려버려
깨뜨린 호숫가에
삶 한 번,
다음 한 번은 없다는 걸
파랑새가 살아있던 날이
언제였는지
다만 내가 남아있던 날이
언제였는지
끝낸 지 오래된 문장이
입술을 깨물게
눈을 흘기던 낮과 밤의
끝으로 내몰게
보라색 눈동자
연두색 하늘과
하늘색 나뭇잎의 그곳에
팔을 벌린 채
머리를 질끈 묶고
담담한 위로를 네게 보낸다
넌 늘 널 못 믿어
먼발치에 둔 시선
손톱은 자라나고
야유와 힐난이
그치는 긴 밤이
기다림의 끝에 있을까
감았던 마음 한 번
사랑한단 말 한 번
비참하게 떨어뜨려버려
쏟아지던 날들에
나였던
네가 너이지 않다는 걸
알아버린 유리로 된 밤을
깨웠던가
잘게 저민 이름들에 날을
새웠던가
끝낸 지 오래된 문장이
입술을 깨물게
눈을 흘기던 낮과 밤의
끝으로 내몰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