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의 흔적

박란주, 김지훈
앨범 : 뮤지컬 러스트 2022

새벽부터 날 깨우는
철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비비고 대장간에 가면
햇님보다 먼저 보이는
빨갛게 익은 쇳덩이
매일매일 망치질로
아파가면서 그렇게
태양은 조그만 스푼이 되어
나무 상자에 던져져
똑같은 모양의 쇳조각들
밤하늘 같은 그 안에
어떻게 그렇게 눈부신
노란빛 주홍빛을 품고 있을까
쓸리고 긁히면 또 보이는
반들거리는 은색 물결
신기한 철의 색깔
잎사귀도 없이 피어난 적갈색 꽃
이런 색도 갖고 있구나
내 머리칼을 닮아서 반가워
밤하늘 같은 그 안에
어떻게 이렇게 눈부신
노란빛 주홍빛을 품고 있을까
거침없이 쏟아지는 빛깔
어디서 오는 걸까
난 가질 수 없는 그 반짝임
대체 이 감정은 어떻게 그려야 하나
내가 만약 새하얀 도화지라면
밤하늘에
어떻게 이렇게 눈부신
모두 가지고 싶어
노란빛 주홍빛을 품고 있을까
내 안의 거침없이
쏟아지는 빛깔 쏟아지는 빛깔
어디서 오는 걸까
내 안의 품고 있는
난 가질 수 없는
이 빛깔
어떻게 그려야 하나
새벽부터 날 깨우던
철 두드리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됐지만
내 맘 어딘가 번져있는
어린 날 지워버린 녹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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