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께서 야곱에게 이르시되
네 조상의 땅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 하신지라
창세기 31장 3절 말씀입니다
이제 형을 만나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떠나왔던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일궈 온 가축과 소유를 챙겨
두 아내와 11명의 아들
그리고 두 여종 하인들과 함께
형이 살고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팥죽 한 그릇으로
사이가 벌어진 이후
아버지 이삭을 속여
장자의 축복 기도를 받았을 때
형은 나를 더욱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2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형이 두렵습니다
형의 화가 풀렸는지
궁금한 마음에
어느 들판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형 에서에게
하나님의 사자들을 앞세워 보냈습니다
하나님의 사자들은
형이 사백 명이나 되는 장정들과 함께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고 전해줬습니다
순간 덜컥 겁이 났습니다
나를 죽일 듯이 미워했던 형이
내 가족들과 나를 헤치기 위해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형의 화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요
생각할수록 두렵고
답답한 마음들이
심장을 옥죄어 오는 것 같았습니다
또다시 형을 피해
도망쳐야 하는 걸까요
형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릴 방법을 떠올려봅니다
가진 소유 중에서
가장 좋은 예물을 챙긴 후
하인들을 통해 형에게 보냈습니다
내가 준비한 선물을 보고
형의 마음이 풀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함께한 가족과 하인들 모두가
얍복강을 건넜습니다
형을 피할 길도
형의 마음을 풀어줄 방법도 없는 지금
나는 아직
강 이편에 남아 고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 할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자
내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께서
나의 고향
나의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하셨기에
돌아설 수도 없습니다
나는 씨름하듯 온 힘을 다해
밤새도록 기도했습니다
해가 뜨기 시작할 무렵
마침내 하나님의 축복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눈을 들어보니
저 멀리 흙먼지를 일으키며
4백명의 장정과 함께 달려오는
형 에서가 보였습니다
마음으론 여전히 두려웠지만
도망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과 대면해서도
나의 생명이 보전되는
브니엘의 축복을 경험한 후
왠지 모를 용기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형을 향해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나를 알아 본 형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다가와 나를 껴안고
입을 맞추며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서로를 끌어안고 화해하는 그 순간
신기하게도
외롭고 고단했던 마음이
훌훌 풀어져버렸습니다
마치
너의 할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었고
너의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인 내가
야곱 너의 하나님이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나의 하나님이
굳어있던 내 마음을
토닥여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님은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세미한 음성으로 말씀하고 계십니다
나는 너의 하나님이다
나의 하나님을 힘입어
오늘의 막힌 담을 뚫어냅니다
나의 하나님을 힘입어
오늘의 이끄심을 따라 갑니다
어느 길에 서든지
어떤 길로 가든지
나의 길 위에
나의 길이 되시는
그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