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이 돈 가지고 쌀 팔고 고기사서 육죽을 누구렁 하게 열 한 통만 쑤소.”
아이도 한 통 어른도 한 통 각기 한 통 씩을 먹여노니 앉은 자리에서 식곤증이 나서 고자빠기 잠을 자는디 코 끝 등에서 죽말국이 소주 후주국 내리 듯 댕강댕강 떨어지는 것이었다.
흥보마누라가
“여보 영감, 이 돈이 왠 돈이오? 돈 속이나 압시다.”
“이 돈 속 알면 일 낼 돈일세. 이 돈은 다른 돈이 아니라, 우리 고을 좌수가 형문에 잡혔는디 대신 가서 매 열대를 맞으면, 설흔 냥을 준다허대. 이 돈은 다녀오라는 마삯으로 준것이니 아무 소리 말게. 만일 누설되면 옆집 꾀수 애비란 놈이 발등거리 할 지 알 수 없네.”
창조) 흥보 마누라가 이 말을 듣더니
중한 가장 매품 팔어 먹고 산단 말은
고금천지 어디 가 보았소.
진양조)
가지마오 가지마오. 불쌍한 영감아 가지를 마오
천불생 무록지인이오 지부장 무명지초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궁기가 있는 법이니,
제발 덕분 가지마오.
설마헌들 죽사오리까
병영형문 곤장 한 대를 맞고보면
종신 골병이 든답디다. 영감.
불쌍한 우리 영감
가지를 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