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발마저 자르면 날 수 있을까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허수가 입던 알록달록
꽃무늬 입고
바람에 절룩절룩 춤을 추네
허리를 굽히는 법도
눈을 붙이는 법도
모르고서 두 팔 벌려 기다렸는데
왜 아무도 없나요
왜 아무도 없나요
그늘 한줌 세 못 들고 버텨낸 오후
아이들 부르는 소리에
집으로 뛰어가고
달빛을 이불 삼아
한집 두 집 불이 꺼지면
내 마음도 한 잎 두 잎 떨어지네
허리를 굽히는 법도
눈을 붙이는 법도
모르고서 두 팔 벌려 기다렸는데
왜 아무도 없나요
왜 아무도 없나요
입 없어 못 부르고
발이 없어 못 가는
나는 그저 기다리는 법만 알아서
오늘도 서있네요 여기 있네요
날아올라 저 나비 따라
바다에 갈 수 있다면
허리를 굽히는 법도
눈을 붙이는 법도
모르고서 두 팔 벌려 기다리는데
왜 아무도 없나요
왜 아무도 없나요
한숨이 눈에 보여
조금 더 슬픈 계절
파도치던 들판 온데간데 없는데
왜 나만 여기 있나요 왜 있나요
남은 발마저 자르면 날 수 있을까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