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왜 미안해
나 이렇게 잘 컸는데
내 친구들보다
덩치도 훨씬 크고
나 페이스북 친구들도
굉장히 많어
엄마가 왜 미안해
나 이렇게 잘 컸는데
나 어디 가서
밥 굶고 다녀본 적 없고
내 여자친구도
다른 애보다 이뻐
불 꺼진 텅빈 집 아침 해가 떠도
여전히 우리 집은 어두워
어제는 얼마나 울었던걸까
애써 꺼내려던 기억을 나둬
차가운 물 한잔 마시고
식탁에 앉아
차려져 있는
어제와 똑같은 반찬에
투정할 새도 없게 눈에 띄네
엄마처럼 곱게 접힌 메모지
엄만 아빠 병원 갈테니까
밥 꼭 챙겨먹고 와
오늘은 추우니까
엄마가 많이 사랑한다 아들아
그리고 미안하다 내 아들아
엄마가 왜 미안해
나 이렇게 잘 컸는데
내 친구들보다
덩치도 훨씬 크고
나 페이스북 친구들도
굉장히 많어
엄마가 왜 미안해
나 이렇게 잘 컸는데
나 어디 가서
밥 굶고 다녀본 적 없고
내 여자친구도
다른 애보다 이뻐
병원 문 앞에 아버지
내게 약해 보이는게 싫었는지
내가 갈 땐 병실을 나와있네
아버지의 하루 중
유일한 외출이겠지
도대체 언제쯤되야 집에
한상에 둘러앉아
밥 먹을까 다 함께
떠올리다 보니 왠지 출출해
그때 엄마가 건넨 바나나 하나
아마도 나눠주고 남은 듯 해
그마저도 병문안 온
이에게 받은 듯 해
모르는 척 그냥 먹으려는데
내가 알아버린 걸
엄마도 아는 듯 해
간이침대에 몸 누여 자겠다고
말하고 꽂은 이어폰
사이로 엄마 목소리
준게 없어 줄게 없어 미안해
왜 음악보다 엄마 마음이
크게 들리는데
엄마가 왜 미안해
나 이렇게 잘 컸는데
내 친구들보다
덩치도 훨씬 크고
나 페이스북 친구들도
굉장히 많어
엄마가 왜 미안해
나 이렇게 잘 컸는데
나 어디 가서
밥 굶고 다녀본 적 없고
내 여자친구도
다른 애보다 이뻐
나 지금 피곤해요
감은 눈 사이로
하늘에 지어둔
멋진 우리 집이 보여
일부러 방은 없이
원룸으로 지었어
엄마 웃는 모습 한번 더
마주치고 싶어서
그만 미안해요 나 진짜 괜찮아
이건 이 땅이 아니라
천국을 사는 배짱
난 땅에 살지만 하늘의 사람
이걸 가르친 게 당신이잖아
엄마가 왜 미안해
나 이렇게 잘 컸는데
내 친구들보다
덩치도 훨씬 크고
나 페이스북 친구들도
굉장히 많어
엄마가 왜 미안해
나 이렇게 잘 컸는데
나 어디 가서
밥 굶고 다녀본 적 없고
내 여자친구도
다른 애보다 이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