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6일 그대의 재일에 나는
번번이 이유를 달고 가지못했지
무덤이 있는 언덕으로 가던 좁은 잡초길엔
풀꽃들이 그대로 지천으로 피어있겠지
금년에도 나는 생시와 같이 그대를 만나러
풀꽃위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할것같아
대신에 산아래 사는
아직도 정결하고 착한 누이에게
시집한권을 등기로 부쳤지
객초라는 몹쓸 책이지
상소리가 더러 나오는 한심한 글들이지
첫페이지를 열면
그대에게 보낸 저녁미사곡이 나오지
표지를 보면 그대는 저절로 웃음이 날거야
나같은 똥통이 사람돼간다고 사뭇 반가워할거야 음
물에 빠진 사람이 적삼을 입은채
허우적허우적거리지 말이 그렇지
적삼이랑 어깨는 잠기고
모가지만 달랑 물위에 솟아나있거든
머리칼은 겁먹어 오그라붙고
콧잔등엔 기름칠을 했는데
동공아래 파리똥만한 점도 꺽었거든
국적없는 도화사만 그리다가
요즘 상투머리에 옷고름 댕기 무명치마
날 잡아잡수 곁버선신고 뛴다니까
유치한 단청색깔로 붓에 힘을 뺀 제자를 보면
그대의 깊은 눈이 어떤 내색을 할지
나는 무덤에 못가는 멀쩡한 사지를
나물에 곤침을 뱉고 송곳으로 구멍을 낸다오
간밤에는 바람소리를 듣고 이렇게 시든다오
몸이 없어서 눈조차 동이 나니까
냉수만 퍼마시고 촐랑대다 눕지
머리맡에는 그대의 깊고깊은 시선이
나를 지켜주고 있더라도 그렇지
싹수가 노랗다고 한마디만 해주면 어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