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이정열


천년을 굵어온 아름등걸에
한 올로 엉켜 엉긴 우리의 한이
고달픈 잠 깨우고 사라져 오면
그루터기 가슴엔 회한도 없다
하늘을 향해 벌린 푸른 가지와
쇳소리 엉켜붙은 우리의 피가
안타까운 열매를 붉게 익히면
푸르던 날 어느새 단풍 물든다
대지를 꿰뚫은 깊은 뿌리와
내일을 드리고선 바쁜 의지로
호롱을 밝히는 이 밤 여기에
그루터기 가슴마다 사랑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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