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리의 강

정태춘, 박은옥


저녁 해는 기울고 뜰엔 빨간 분꽃이
피고 들녘 나간 사람들 노을 지고
돌아올 시간 작은 물굽이 강가에 허리
구부려 몸들을 씻고 빛나는 물결,
그 강둑길, 그리움처럼들 돌아올 시간 음,
미풍에도 억새풀은 떨고, 풀섶에도
고운 들꽃들은 피어 노랑 나비, 흰
나비 아직 꽃잎에 날고 이제 그 위에
저녁 노을이 깃들면 저녁 해는 기울고
뜰엔 빨간 분꽃이 피고 들녘 나간
사람들 노을 지고 돌아올 시간 도회지
변두리에도 긴긴 그림자 해 떨어지고 구비구비
골목길 일 나간 사람들 돌아올 시간 음,
가파른 언덕길 전신주엔 그 억새 강가의
바람이 불고 거기 강변의 나비 날개짓으로
파르르 여기 창문마다 하나 둘 형광등들을
켜는데 골목길 뿌연 등불 아래로 고단한
사람들 서둘러 지나가고 먼 길 강물
숨죽여 그들 발 아래로 흘러만 가고 저녁
해는 기울고 뜰엔 빨간 분꽃이 피고 들녘
나간 사람들 노을 지고 돌아올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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