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에너지 자원에는 음, 석탄, 석유 그리고, 그리고...
순이 탄아 탄아 석탄아 넌 왜 이리 까맣니!
석탄 굴속에서 3억년동안 잠만 늘어지게 잤지
순이 잠꾸러기
연이 시험지가 선생님 품에 안겨 들어온다. 시험지가 나누어진다.
나는 굴속이 어떤 곳인줄 안다. 좁은 길에다 모두가 컴컴하다.
그리고 온갖 소리가 나는 곳이다.
잘못해서 연필을 떨어뜨렸다. 연필을 주우려다가 나도 모르게 순이 시험지를 보았다.
내가 못쓴 답을 순이는 썼다.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썼다. 가슴이 뛴다.
큰 죄를 지은 것 같다.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비워둔다. 휴우,
마음이 훨씬 가볍다.
순이 그래 그럼 탄아 석탄아 그전에는 무얼했었니
석탄 푸른 강물 푸른 숲속 밤나무로 서 있었지.
교실 뒤에 늘어붙은 갖가지 표들은 우리들의 몸을 대신한다.
네모칸에 갇혀있는 동그라미, 세모, 가위표가 우리들의 몸을 대신한다.
우리의 생활과 모든 일은 갖가지 표들이 확인 시켜주고 우리들은 네모칸에 갇혀서
동그라미 표를 받기를 원한다. 교실 뒤에 늘어붙은 갖가지 표들을 나는 미워한다.
그 표안에 갇혀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리가 원망스럽다.
순이 그래 알았어 탄아 탄아 석탄아 넌 이제 갈꺼니
석탄 기차타고 멀리 멀리 연탄공장으로 가지
순이 그래 그럼 공장에서 연탄되면 제일 먼저 어디 갈꺼니
석탄 연이네 집 아궁이에 군밤 구워주러 올께 안녕
순이 그래 고마워 잘가
연이 점수를 매긴다. 동그라미 하나 하나 내마음 팔딱 팔딱,
찌익! 어! 줄이 끊어졌어요. 낭떠러지예요, 살려주세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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