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

김주리


종일 서북주릉을 헤매이다
안개구름에 길 잃고 흠씬 젖어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매이나
삼만 육 천 오 백날 딛고
푸른 별을 돋을까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눈물 젖은 계곡
빗물 젖은 옷자락
피나무 잎새 불길처럼
깊은 애증의 꽃으로 피어나는구나

우지마라 우지마라 잊어버리거라
(산은 내게 말하네 우지마라 우지마라)
(산은 내게 잊으라 잊으라 하네)

이 산 저 산 떠도는 바람처럼
(산은 내게 말하네 우지마라 우지마라)
(산은 내게 잊으라 잊으라 하네)

잊으라 하네
(산은 내게 말하네 우지마라 우지마라)
(산은 내게 잊으라 잊으라 하네)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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