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중 난향이

안숙선
앨범 : 춘향가

기생 중 난향 (蘭香)이 여짜오되
"소녀와 춘향과 동갑 (同甲)으로
정이 매우 깊사오니 지가 달래어 보겄네다"
적적 (寂寂)한 심야간 (深夜間)에 술상차려 들리우고
옥 (獄)으로 내려가
"야 야 춘향아 날 추운데 장처 (杖處)가 어떠허냐
진즉 와 보잤더니 자연이 다사 (多事)하야
이제 와서 보난 것을 부디 노여워 생각 마라마는
너는 고집도 맹랑터라
허무 (虛無)할 손 우리 인생
세세년년 (歲歲年年) 젊을소냐
구십춘광 (九十春光) 두견 (杜鵑)이도
봄을 만나 즐기다가
화불송춘 춘자거 (花不送春 春自去)라
삼춘 (三春)이 점진 (漸進)허면
낙화풍진동서비 (落花風盡東西飛)라
화진 (花盡)하면 접무정 (蝶無情),
어느 나비 돌아오며
일색홍안 (一色紅顔) 여자 몸도
소년가절 (少年佳節) 이십세에
장부호걸 (丈夫豪傑) 사랑타가
역려건곤 (逆旅乾坤) 후리치고
귀 밑에 서리치면 따를 남자 없느니라
너 죽어도 흙이 되고 나 죽어도 흙될 인생
허송세월 어이허리
녹음방초 (綠陰芳草) 좋은 때에
임의 신정 (新情) 새로 만나
천만교태 (千萬嬌態) 노닐 적에 구정 (舊情)은 멀어지고
신정 (新情)이 미흡 (未洽)하매 어찌 아니가 좋을소냐
내 오날 마침 동헌 (東軒)에 들렸더니
사또께서 공사 (公事)없어 혼자 앉어 벼르기를
너를 이제 불러다가 굳이 허락을 아니허면
아주 박살 (撲殺) 낸다기로 내가 듣다 민망하여
이제 와서 헌 말이니 마음을 강작 (强作)허고
날과 같이 들어 가자"
춘향이가 이 말을 듣더니
"말인 즉 옳다마는 나의 말을 들어 봐라
내 고집이 남과 달라 북향천후 계성상의
송백죽절 (松栢竹節) 굳은 절행 (節行)
이제와서 허락하면
장송 (長松)이 낙락 (落落) 푸른 나무 서 있을까
역려건곤 (逆旅乾坤) 후리치고
상하동락 (上下同樂)을 하잔 말이냐
내 고집이 이러허니 장차 명 (命)을 바치리라
사또 전에 여쭙기를 춘향을 알아보니
회절 (回節)은 그만 두고
어서 박살 죽여주면 혼비중천 (魂飛中天) 높이 올라
삼청동 (三淸洞)을 찾아가서
이몽룡을 보겠다고 그 말이나 전하여라"
난향이가 무색 (無色)하여 가져갔던 주안상을
권 (勸)하는 체 먹는 체 허망 (虛妄)히 돌아가니
춘향이 기가막혀 혼자 앉어 탄식하며
망부사 (望夫詞)로 울음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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