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향

정태춘



물결 위를 흘러가는 저 바람처럼
사라질 듯 석어버릴 듯
지나온 그 시절

첫 새벽 찬 이슬에 발을 적시며
말 없이 지나치던 수많은 길을
돌아보며 늙어가는 내 인생 한은 없어라

구름 가네, 달이 가네
이 발길 돌아 가네

이 곳으로 저 곳으로 흘러 온 한 평생
바람같이 구름같이
가벼이 떠돌다

깊은 밤 별빛 아래 고향을 본 후
외로움에 재촉하는 가쁜 발길로
돌아가는 길목마다 낯설은 얼굴마다

꿈을 보네, 사랑을 보네
(197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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