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립다

배인혁


오늘 문득 그립다
아련한 풀벌레의 웅성임
머릴 뉘이면 불어오던 바람이
자꾸 그립다
멜로디를 잊은 엄마의 자장가
날 만지면 잠이 오던 손끝이
자꾸만 생각이 나
조금은 투명해진 옛 꿈들이
시간아 아주 조금만
천천히 쉬이 가주렴
하루가 또 이내 쌓여
추억이 멀어지잖아
기억아 간직해주렴
시간의 파도에 씻기지 않게
남은 추억은
지워지지 않도록
오늘 문득 그립다
차가워진 공기의 속삭임
불현듯 다가온 그날의 온도가
원망스럽다
지난 밤 새도록 내리던 눈들이
마냥 하얗게 모두 덮어버려서
시치미 뚝 떼고선
이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시간아 아주 조금만
천천히 쉬이 가주렴
하루가 또 이내 쌓여
추억이 멀어지잖아
기억아 간직해주렴
시간의 파도에 씻기지 않게
남은 추억은 지워지지 않도록
예고도 없이 찾아온 추억에
손 쓸 수 없게 왈칵 눈물만
시간아 아주 조금만
천천히 쉬이 가주렴
하루가 또 이내 쌓여
추억이 멀어지잖아
기억아 간직해주렴
시간의 파도에 씻기지 않게
남은 추억은 지워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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