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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딱서니 없는 남자 심상율

철딱서니 없는 남자가 있어 마치 어린아이 같은 남자가 있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삐져버리고 모진 말을 들으면 눈물 흘리는 철딱서니 없는 남자가 있어 철딱서니 없는 남자는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토라져 버려 상대방이 어떤 감정이든 간에 자신의 감정이 먼저인 철딱서니 없는 남자가 있어 철딱서니 없는 남자는 배려할 줄 몰라 상대방을 괴롭게 만들어 철딱서니 없는

착한 여자 나쁜 남자 심상율

착한 여자가 있어사고 싶은 것만 사고관심 있는 것만 보고듣고 싶은 것만 듣고먹고 싶은 것만 먹고하고 싶은 것만 하는세상 물정 모르는동화 속의 공주 같은착한 여자가 있어나쁜 남자가 있어착한 여자만골라서 잡아가는나쁜 남자가 있어나쁜 남자는착한 여자를 발견하면작업을 시작해착한 여자는나쁜 남자가나쁜 남자라고판단하지 못해남자라고는관심이 없었으니원래 남자란 생물...

그 길 심상율

너와 매일 걷던 그 길 눈을 감아도 환한 그 길 매일 안녕 인사하던 그 길에서 너와 마지막 안녕을 말했어 너와 매일 걷던 그 길 이제 네가 없는 그 길 더는 가지 못하는 그 길 더는 걷지 못하는 그 길 내 걸음으로 가지 못하는 너의 집으로 가는 그 길 너와 내가 걷던 그 길 너와 맞춰 걷던 그 길 손을 잡고 걷던 그 길 그 길에서 너와 마지막 걸음을 맞췄어

아무것도 하지 말자 심상율

아무것도 하지 말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무엇인가 해버린다면 무엇이 바뀌어 버린다 그 무엇이 좋은 쪽으로 바뀔지 나쁜 쪽으로 바뀔지 알 수 없는 법이다 무엇을 해버려 무엇이 바뀌어 무엇이 안 좋은 쪽으로 변해버린다면 안 한 것만도 못하게 된다 결과는 되돌릴 수 없다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고

끝나지 않는 끝맺음 심상율

끝이 났지만 끝나지 않은 사랑을 하고 있다 끝맺음 당한 끝맺음을 끝맺지 못하고 끝이 없는 무한 굴레를 돈다 끝나지 않은 사랑은 끝도 없이 상기된다 잊어버리자는 생각조차 다시 생각나게 하는 끝도 없는 외침일 뿐이다 끝을 내지 못한 사랑의 끝맺음을 끝낼 방법은 사랑이 끝났다고 계속 외치는 것뿐이다 끝을 받아들이지 못해 끝내지 못한 것이기에 끝을 받아들여 정말 끝이

못 먹은 감 심상율

까마득히 높은 감나무 꼭대기 가지에 달린 완벽한 감 하나 영롱한 빛깔 잘록한 몸체 톡 따서 먹고 싶지만 아직은 떫겠지 홍시가 되면 꼭 따먹어 줄게 분명 맛있을 그 감 맛이 없을 수 없는 그 감 꿈에도 나오는 그 감 바라만 봐도 맛있는 그 감 드디어 붉은빛이 도네 학수고대하던 홍시 아끼고 아꼈던 홍시 매일 쳐다만 보던 홍시 오늘 따먹어 줄게 분명히 맛있을 그

잊히는 중 심상율

사람은 누구나 잊힌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유명인도 10년이 지나면 잊힌다 그 시절의 사람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었지 생각은 나겠지만 새로운 시대의 사람에게는 이름도 모르고 얼굴조차 본 적 없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자만해서는 안 된다 오만해서는 안 된다 항상 겸손해야 한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잊히는 중이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살면 안 된다

각본보다 더한 현실 심상율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작가가 각본을 써도 현실을 못 따라가 아무리 각본이 신선하고 충격적이고 막장이더라도 현실에서는 그보다 더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인간의 상상력이 아무리 무궁무진하고 독창적이라도 상상력은 상상력일 뿐이야 상상은 현실을 벗어나지 못해 현실은 상상하지 못하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현실은 무서운 곳이야 상상으로

무운의 행운 심상율

위해 강해져야 한다 그 시련이 두렵다 그러나 시련을 이겨내면 나는 영광을 얻을 것이다 지금의 처절한 성장은 미래의 영광을 위한 극심한 성장통일 뿐이다 최후에는 모든 것이 끝난다 응원은 필요하지 않다 용기도 필요하지 않다 그런 걸 어디에다 쓸 수 있는가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나에겐 행운이 아닌 현궁이 필요해 앞으로 마주칠 시련은 강력할 테니 아무 위력 없는

증명의 가난 심상율

왜 가난만 증명해야 해 부자는 부자라고 증명하지 않아도 부자인 것을 알고 세금 잘만 걷어가는데 왜 가난만 증명해야 해 가난한 사람도 사람이야 사람 돈이 없어도 사람이야 사람 돈이 없어도 사람 취급해 달란 말이야 가난을 증명하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이 서류 저 서류 떼오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종이들을 들고 오라는데 좀 알려주면 어디 덧나 돈 없는

너만 나오지 않는 꿈 심상율

마시멜로 조개를 하나씩 까주었던 봉골레 파스타 후식으로 마신 차가운 버블티 모든 것이 그대로다 처음으로 같이 갔던 영화관 나란하게 붙어있는 좌석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다 먹어 버린 팝콘 하나의 컵에 꽂힌 두 개의 빨대 모든 것이 그대로다 그런데 왜 너만 보이지 않는 걸까 왜 모든 장면에 너만 보이지 않는 걸까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아는데도 어째서 너만 없는

LIC8 심상율

Laugh I Irate C Cry 8 Endless L 웃을 일이 있을 땐 마음껏 웃는 거야 생각 없이 웃는 거야 웃을 기회는 흔치 않아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거든 아무 생각 없이 웃는 거야 I 분하고 억울할 땐 마음껏 성내는 거야 절제 없이 화내는 거야 화낼 순간도 흔치 않아 참다가는 병 생기는 거야 다 풀릴 때까지 성내는 거야 인생은 웃고 화내고 우는 끝이 없는

키 작은 해바라기 심상율

당신은 해바라기 키가 작아도 당신은 해바라기 당신은 해바라기 노란빛 밝지는 않아도 당신은 해바라기 해바라기는 너무 높은 커다란 벽 해바라기씨를 팍팍 뿌려놓고 쳐놓은 벽 벽을 넘어 키 작은 해바라기로 가야 해 키 작은 해바라기로 밝지 않은 해바라기로 가야 하는데 가고 싶은데 갈 수 없는 나에게 너무나도 높은 벽 해바라기

토요일 12시 35분 심상율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살 창문 사이로 스치는 바람 느지막이 잠에서 깬 토요일 12시 35분 기분 좋은 적막 조금씩 음미하는 여유 커튼을 걷으니 쏟아지는 온기 창문을 젖히면 들이치는 공기 신선함에 한 번의 심호흡 조급함이란 없는 토요일 12시 35분 잔잔한 음악 따뜻한 커피 신비한 소설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토요일 12시 35분

분주하지만 고요한 세상 심상율

세상은 분주하지만 고요해 누군가 자고 있다면 누군가는 일하고 있어 아무도 밖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새벽에도 누군가는 일하고 있어 그러나 고요해 누군가의 잠을 깨워서는 안되기에 분주하게 일하지만 일하지 않는 것처럼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하게 일을 끝내 누군가의 조용한 세상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오롯이 조용한 세상을 만끽하기 위해 분주하지만 고요하게 세상은 움직여

인내와 집중 심상율

인내가 사라졌다 빨라진 세상에 기다림이 없다 잠깐의 기다림에 지루해 한다 침착이 사라졌다 집중이 사라졌다 지루한 글 읽기는 할 수가 없다 빼곡한 글은 요약을 찾기 바쁘다 새로운 정보가 끝도 없이 밀려 들어온다 정보의 길이는 점점 짧아진다 관심 없는 정보는 바로바로 넘긴다 인내가 없다 집중이 없다 인내와 집중은 짧아진 정보만큼 짧아졌다 인내가 없다 집중이 없다

누가 누구를 욕해 심상율

누구도 욕하지 말자 아무도 험담하지 말자 누군가의 잘못을 입에 담지 말자 그 누구도 욕하지 말자 타인을 볼 때는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어떤 상황에서든 주관이 첨가되어 객관적으로 판단했다고 보기 어렵기에 욕하지 말자 자신을 볼 때는 한없이 너그러워진 주관으로 객관을 판단하기에 자기 잘못을 객관적으로 판단했다고 보기 어렵기에 욕하지 말자 죄가 없는

분노란 원동력 심상율

분노는 원동력이 된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그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폭제가 된다 자신이 남보다 못한 것을 발견했을 때 자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자신이 남보다 못한 것이 없지만 자신이 하위일 때 상위로 향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분노에서 느껴지는 투지가 있다 다른 감정에는 느낄 수 없는 살기가

멸종위기종 심상율

나는 멸종위기종이야 이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생명체지 옛날 사람에게는 익숙하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생태교란종인 멸종위기종이지 나는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이제 당연하지 않다고 해 나는 나대로 살아가는데 흔치 않은 청년이라 불러 뭐가 흔하지 않은지 모르겠어 이게 당연한 거 아니었나 비정상이 다수가 되면 정상이 되는 것이지 옳고 그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그저 다수가

다들 슬픔을 감춰 심상율

너의 눈물을 보여줘 너의 슬픔을 보여줘 너의 절망을 보여줘 왜 다들 슬픔을 감춰 왜 다들 웃고만 있어 왜 다들 행복한 척해 모두가 웃고 있어 한 명도 빠짐없이 웃고 있어 다들 슬픔을 감춘 채 웃고 있어 슬플수록 더 크게 웃어 슬픈 감정은 하나도 없다는 듯이 웃음으로 슬픔을 감춰 그리고는 남몰래 눈물을 훔쳐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눈물을 훔쳐 너의 눈물을 보여줘

흔한 이름 심상율

왜 하필 흔한 이름인 거야 너를 잊는다는 게 참 쉽지 않구나 잊으려 신경 쓰지 않고 잊으려 기억하지 않아도 세상 도처에 너의 이름이 가득해 어디서도 들리는 너의 이름에 애써 부정하던 너와의 기억이 떠올라 버려 그럼 하나부터 열까지 또렷해진 기억을 하나하나 지워가야 해 그러나 다시 너의 이름이 들린다면 또 처음부터 지워가야 해 너의 이름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한정판 심상율

세상에는 한정판이라 불리는 물건들이 있어 그 물건을 사려고 노숙을 하며 줄을 서는 사람들도 있어 그렇게 추위와 더위를 견디면 산 물건은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며 하나의 변함도 없게 애지중지하며 신줏단지 모시듯이 정성을 다해 생각해 보면 세상에 한정판이 아닌 물건도 있나요 세상 모든 물건은 다 한정판입니다 심지어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이고 대체할 수 없는 당신은

돈으로 산 행복 심상율

돈으로 산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정말 원하고 바랐던 물건을 구매했을 때의 행복감은 어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짜릿한 행복을 준다 바라만 봐도 행복하고 만지고 있으면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이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하루만 지나도 감흥이 없다 그저 평범한 물건이 되어 버린다 다시 더 비싼 물건이 눈에 들어온다 남이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과 질투를

도전 또 도전 심상율

도전은 돈이 없어서 못 한다 말하고 도전은 금수저나 하는 것이라 말하는 사람은 도전 한번 안 해본 사람이야 돈이 없어도 도전할 수 있어 생각만 있다면 못하는 도전은 없어 도전에 실패란 없어 성공으로 가는 길을 알아가는 과정일 뿐이야 왜 스스로 가능성을 제한해 하고 싶은 것 다 해봐 가슴 뛰게 하는 일은 다 해봐 경험은 무엇으로도 못 구해 도전 또 도전 끝이 없는

친구할 사람 심상율

어릴 적부터 나는 쭉 혼자였어 아무도 나의 말을 이해 못 해 늘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았어 항상 혼자였어 외로웠어 친구들과 함께 웃고 싶었어 저 무리 속에 속하고 싶었어 그러나 내 주위엔 말 없는 내 그림자만이 항상 나를 따라왔어 왜 아무도 나에게 다가오지 않아 나는 너희들을 헤치지 않아 나랑 친구 할 사람 없어 내가 어떤 모습이면 친구 해 줄 거니 무엇을

축하받지 못하는 삶 심상율

듣고 싶다 좋은 일을 기념하고 싶었다 인생에서 큰일을 해냈다 생각했는데 나만의 생각이었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축하받고 싶었다 대단하다고 훌륭하다고 자랑스럽다고 폭죽을 터트려 줄 줄 알았다 현실은 아무도 축하해 주지 않는다 세상에 나 혼자인 듯하다 축하를 받고 싶다 축하가 받고 싶다 나의 노력을 인정받고 싶다 나의 성과를 인정받고 싶다 현실은 아무도 없는

All leave you 심상율

너는 떠나갔지만 나에겐 아직 사랑이 남았다 혼자서 하는 사랑 수신이 없는 사랑 한순간에 끊어진 사랑 남아버린 사랑에 너무나 괴롭다 나 혼자 덩그러니 조용히 읊조린다 How leave you How leave you How leave you How leave you 그대는 날 떠나 내 생각조차 하지 않겠죠 그렇다면 나 지금 너무나 바보 같겠죠 머무르고 있을 수만은

뉴스가 제일 재밌어 심상율

이해되지 않았지만 뉴스를 볼 수 밖에 없었어 아저씨라 불릴 나이가 된 지금 이제야 이해가 돼 진짜 뉴스가 제일 재밌어 예능을 보니 이제 시시해 짜인 판에 연기하는 출연자가 안쓰럽게 보여 그래서 재미가 없어 그러나 뉴스는 짜이지 않은 세상을 볼 수 있어 뉴스를 통해 삶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 뉴스는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줘 이것이 뉴스의 재미였어 세상 걱정 없는

찐따의 냄새 심상율

냄새는 맡으려 하지 않아도 맡아지는 지독한 악취지 찐따의 냄새는 사라지지 않아 세상에 있는 그 어떤 향수를 뿌려도 가릴 수 없지 우선 외적인 모습부터 관리가 되어 있지 않아 방치되어 있어 자유분방하지 사고방식도 달라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않는 기괴한 망상을 음흉하게 펼쳐가지 그러니 정상적인 대화 한마디 할 수 없지 기괴한 얼굴로 음흉한 미소와 알 수 없는

밖으로 나가 심상율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밖으로 나가 밖에 나가봐야 무엇이 바뀌냐고 시간만 버리는 거 아니냐고 너무 귀찮다고 밖이 무섭다고 안에만 있으면 무엇을 바꿀 수 있지 밖으로 나가야 무엇이든 바뀌어 문밖을 나가는 순간 예상할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지 그렇지만 이 두려움이 무서워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뿐이야 밖으로 나가서 세상을 만나봐 숨 가쁘게

세상의 은혜 심상율

가던 나를 일으켰다 내 세상을 너의 기운으로 채워갔다 황무지에 생기가 돌았다 해가 뜨고 뜰이 뜸에 낮과 밤이 생겼다 낮과 밤이 생김에 이슬이 맺혔다 이슬이 맺힘에 풀이 자랐다 풀이 자람에 생명이 생겼다 생명이 생김에 황무지는 녹음이 되었다 메말랐던 나를 피폐했던 나를 넌 내 세상으로 와 나를 채웠다 넌 내 세상의 은혜였다 넌 내 세상의 안식처였다 갈 곳 없는

흑고니 심상율

화려하게 빛나는 네온사인 온몸을 진동시키는 스피커 어디 한번 즐겨볼까 나는 저 비둘기와는 달라 바닥에 뿌려진 모이처럼 여자 주변으로 모이지 않아 고개만 까딱거리며 어떻게 하면 저 모이를 먹을까 까딱까딱 거리는 저 비둘기와는 달라 나는 마치 이 어둠을 지배하는 한 마리의 흑고니 저 까딱임 사이에서 검은 날개를 펼쳐 어디 한번 놀아볼까 이 교태는 지나칠 수 없는

노력의 배신 심상율

한 장 들고 가 이름 하나 알리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 일 줄 상상도 못했다 200곡 발매하면 인생이 바뀔 줄 알았어 근데 뭐 돈돈 못 벌어 아는 사람도 없어 듣는 사람도 없어 사실 나도 내 노래 안 들어 곡을 찍어 내는 것에만 열중했던 것 같긴 해 퀄리티가 답도 없긴 하더라 200곡 같은 한 곡을 썼으면 뭐가 달라졌으려나 무작정 노력만 한다고 되는 것은 없는

필름 타임머신 심상율

듣지 않는 노래 지금은 아무도 입지 않는 옷 지금은 아무도 모르는 상표 지금은 아무도 모르는 감성 내 추억은 필름 속에 온전히 간직되고 있다 그 시절 필름에는 그땐 그랬지라며 말할 수 있는 감성이 찍혀있다 나는 왜 그 시절 필름을 돌려보는 걸까 나는 그 시절 내가 그리운 걸까 나는 그 시절이 그리운 걸까 영사기는 끝을 모르고 돌아가네 이 영사기는 정지가 없는

적당한 나이 심상율

다들 그렇게 적당한 나이에 결혼하는 거지 20대 초반의 갓 성인이 되어 만난 어린 사랑은 순결하지 친구 같은 사랑을 하며 순수하고 가식 없는 진정한 사랑을 해 이들은 시간은 있지만 돈이 없어 사랑으로 시간을 보내지만 돈 때문에 생기는 마찰에 금이 가기 시작해 금으로 시작된 균열로 순수한 사랑은 파괴되어 버려 20대 중반이 된 이들은 사랑할 시간과 돈이 없어

아이는 어른이 되고 싶고 어른은 아이가 되고 싶다 심상율

아이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고 어른은 아이가 되고 싶어 한다 아이는 어른을 우상으로 삼는다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는 어른의 자유로움을 동경한다 아이는 지신의 족쇄를 보며 어른을 동경한다 하지만 아이는 모른다 자유의 이면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책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게를 가진다 보이지 않지만 세상 어느 것보다 무겁다 그러나 보이지 않아 아이는 책임의 무게를

타락 심상율

나는 다른 사람이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소년 만화에 나올 듯한 주인공이었던 내가 아니다 우정 사랑 그게 전부라 생각했지 친구와 함께라면 못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 애인을 위해서라면 내 한 몸 부서져도 상관없다 생각했지 10년이면 몸의 세포조차 모두 바뀌어 지금이 그때의 나일까 이제 추상적인 말을 믿지 않아 그런 형체 없는 농락은

까마귀 심상율

광활한 도로 위끝없이 움직이는 불꽃들의 향연그 옆 고개를 꺾어야만끝이 보이는 빌딩 위에내가 서 있네무엇이 그리 바쁜지무엇이 그리 나쁜지쉼 없이 움직이고쉼 없이 걸어가네그 모습을 매일 난내려보네내려보네내려보네내려보네광활한 하늘 위를유유히 활공하고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자유롭게 날아가네무엇이 그리 바쁜지무엇이 그리 나쁜지쉼 없이 움직이는쉼 없이 아름다운저 ...

꿈 한 장 심상율

오늘이 며칠이지반복되는 일상에날짜마저 무감각해오늘도 어제와 같은하루를 보내겠지늘 그렇듯이어릴 적 내가 지금의나를 보면 무슨 말을 할까꿈은 어디로 갔어이렇게 사는 거야정말 나인 거야이런 말을 할 거야미안해 꿈을 잃은 나어린 나를 따라과거로 가자꿈 한 장기타를 잡고 있네꿈 한 장노래를 부르고 있네꿈 한 장무대를 꾸미고 있네꿈 한 장꿈 한 장꿈 한 장나에게...

다가가 심상율

난 사랑에관심이 없었죠내 눈은 어두운밤과 같았죠사랑은 나와상관없다 믿었죠수많은 연인을 봐도별다른 감흥이 없었죠하지만 그대를 본 순간내 눈에 해가 떴죠봄에 꽃이 피듯이여름에 더위가 오듯이가을에 단풍이 들 듯이겨울에 추위가 오듯이난 그대에게 다가갔죠두근거리는 심장을뒤로한 채수많은 말들을생각한 채그대에게 말했죠아름다워요그대 웃었죠난 연애에관심이 없었죠내 눈...

붕어빵 심상율

겨울이 오면골목길에서 만날당신을 기다려요찬바람에 얼어버린나의 몸과 마음을녹여줘요당신의 체온으로날 감싸고세상은 따뜻해져요그대 겨울이 지나면날 떠나가겠죠당신의 생명이다하는 그날까지난 당신을 사랑할게요그대는 날 위한 사랑이 겨울 다할 때까지우리 함께해요당신의 심장이겨울의 심술에아프다면그대 날 위해뜨거워 말아요당신을 위해종이꽃고이 접어 드릴게요그대 날 위해뜨...

비 우기 심상율

호수가 말랐다위에서 떨어질 물도밑에서 솟아날 물도찾아볼 수 없다땅이 갈라졌다위에서 떨어질 물도밑에서 솟아날 물도찾아볼 수 없다무덤덤하다지독하게 이어지는건기조차 익숙하다이제 이 건기가원래의 모습인 듯이무덤덤하다구름이 모인다말라버린 호수와갈리진 땅은구름을 만든다이내 쏟아진다비우기눈물이 말랐다위에서 떨어질 눈물도밑으로 흘러갈 눈물도찾아볼 수 없다감정이 갈라...

숨바꼭질 심상율

잊어버린 술래를 찾아오래된 숨바꼭질을이어가 보자기억의 미로 속술래는 어디에 있나학교 뒤에 숨었나회사 뒤에 숨었나꼭꼭 숨어버린술래야어디에 있니금방이라도길을 잃어버릴 것 같아추억의 지도를 따라천천히 가자흩어진 선을 따라가면술래가 나올까흐르는 선율 따라가면술래가 나올까천천히 천천히 따라가술래가 보일까책으로 쌓은담벼락을 따라모니터에 적힌암호를 풀어미로의 문을...

아프지 않아 심상율

사람들은 이별이 아프대차오르는 장맛비처럼눈물이 쏟아진대이별의 말을 듣는 순간에는심장이 미어진 대아픈 이별이 무서워헤어지지 못했어혼자 성을 쌓고틀어막아도막지 못하는이별의 순간이왔어생각보다 아프지 않아눈물이 터져 나오지도가슴이 찢어지는아픔도 없어아프지 않아흔한 만남 흔한 이별그중에 한 명인 너야널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평범한 하루를 보낼 거야이별 아프지 않...

안녕 그대 심상율

안녕사랑하는 그대아무도 언제 올지 모르는첫눈처럼나에게 왔던 그대시린 날들이 지나수줍게 고개를 내미는새싹들처럼날 떠나가요흐르는 물처럼시간이 흐르면바다를만나게 될 거예요내가 없어도빛이 나는 그대여이제 흘러갈시간이예요그대 날 떠나가세요해가 져도빛이 나는달처럼그대 날 떠나빛을 내줘요내 마음 시린 대도그댈 위해 멀리 떠나요그대 나의 그늘에서벗어나자유로운 해처럼...

연애살 심상율

너의 사랑을 먹고쪄버린 연애살내 몸 이곳저곳에너에게 받은사랑이 남아너를 잊지 못해눈물이 흐른다마냥 미련하게슬퍼하고 있을 수만은없지 않은가나는 너를 잊기 위해달린다나의 숨 한 번 한 번마다나의 땀 방울방울마다너와 함께한 추억을뽑아낸다힘들다죽을 만큼 힘들다너를 잊는 것이힘든 게 아니라살을 빼는 것이힘든 것이라되뇐다언제 연애살이 쪘는지도모를 만큼 연애살이모...

100년 심상율

1896년에 태어난아무개도1923년의 세상을 살면서급변하는 세상에미래가 두려웠겠지1996년에 태어난심상율도2023년의 세상을 살면서급변하는 세상에미래가 두렵다매일 새로운 기술이공개된다어릴 적 미래를 상상하며그렸던 그림이눈앞에 나타나니두렵다세상에 뒤처질까두렵다적응하지 못할까두렵다기술의 연속성이란 사슬에하나라도 끊어지면따라가기 힘들다세상에 발맞춰 뛰고 싶...

곧 봄 심상율

봄이 왔다 생각하면어김없이 찬바람이불어오네요이 찬바람은아직은 떠나기 싫은겨울의 앙탈이겠지요그렇다고언제까지나웅크리고 있을 수만은없겠지요모든 일에는순서란 게 있지요떠나야 하는 이는떠나야 하고피어야 할 것은피어나야겠지요꽃샘바람이불어온다는 것은봄이 멀리 있지 않다는끝자락 겨울의외침이겠지요겨울은 차갑기만 한 줄 알았더니따뜻한 면도 있군요꽃샘바람이 불면 곧 봄이...

너의 전화번호 심상율

나의 전화번호부에서너의 전화번호가지워진지오래지만너의 전화번호는여전히나의 무의식 속에남아있다평소에는전혀생각나지 않는열 한자리번호지만너의 전화번호는불현듯이재생된다네가 생각날 때면머릿속에서너의 전화번호가울린다전화기를 들어손가락도기억하는너의 전화번호를누른다그러나통화연결을누르지 못한다지워지지 않는너의 전화번호지만전화하면안 된다는 것은가슴 깊숙이알고 있다어떻게너...

도전할 용기 심상율

난겁쟁이였어모든 일에핑계를만들었어경쟁자가 많아너무 어려워나에겐 필요 없어응시료가 비싸전부 핑계였어사실 무서워서핑계를 만들었어낯선 것을시도하는 게두려웠어그래서도전조차하지 않았어낯선 글자낯선 사람낯선 장소낯선 것이무서웠어난겁쟁이였어이런 나에게도전할용기를 준사람이 있어왜 해보지도 않냐고새로운 것을배우는 게재밌지 않냐고같이 도전해 보자고함께해 주겠다고이건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