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김태균


닿을 것 같은데 닿을 것만 같은데
닿을 것 같은데 닿을 것만 같은데

악몽 같던 꿈에서 눈이 떠진다
알람 소리와 아늑한 목소리가
귀에서 울린다
주방에서부터 여기까지
맛있는 냄새가 코안에 퍼진다
생각해보니 내가 아침밥을
먹은 게 얼마 만인가
젓가락과 숟가락을 입에
넣고 엄지손가락을 머리 위에
엄마가 끓인 소고기국이
세상에서 제일 찐해
말하니까 미소 지으시네 환하게
날 꽉 안아주시네
두 손을 엄마의 어깨 위에
돌아온 듯해 집에
미안하지만 집을 떠나야 할 것 같아
나 꿈을 이뤄야만 집에
올 수 있을 거 같아
나 이번엔 왠지 꿈을
이룰 수 있을 거 같아
나 이번엔 왠지 돌아올 수
있을 거 같아
그럴 것만 같아
모든 게 제자리에
원했던 그 자리에
모든 게 제자리에
원했던 그 자리에

달콤했던 꿈에서 눈이 떠진다
문 여는 소리와 엄숙한
목소리가 귀에서 울린다
현관에서부터 여기까지
담배 냄새가 코안에 퍼진다
생각해보니 내가 마중
나온 게 대체 얼마 만인가
오랜만에 어깨 주물러줄게
오랜만에 등을 두드려줄게
대신 내게 목마 태워 주시네
여전히 쉽게 날 번쩍 드시네
두발을 아빠의 넓은 어깨 위에
돌아온 듯해 집에

미안하지만 집을 떠나야 할 것 같아
나 꿈을 이뤄야만 집에 올 수 있을 거 같아
나 이번엔 정말 꿈을 이룰 수 있을 거 같아
나 이번엔 정말 돌아올 수 있을 거 같아
그럴 것만 같아
모든 게 제자리에
원했던 그 자리에
모든 게 제자리에
원했던 그 자리에

누구든지 꿈이 이뤄지길 비네
흐릿했던 눈이 떠지네
아직 앉아있구나 옆자리에
우린 사랑을 말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사랑 못 하지 왜
더는 속이지 않아 나 자신을
나도 원해 손가락 위 반지를
내 보잘것없는 꿈이 이뤄지네
이제야 편히 눈이 감기네
모든 게 제자리에
원했던 그 자리에
닿을 것 같은데 닿을 것만 같은데
모든 게 제자리에
원했던 그 자리에
닿을 것 같은데 닿을 것만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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