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청

윤제(Yunje)


여기 도시에서 가장 멋진 이름은 나일걸
‘맑고 깊은’ 빛을 내는 고양이라지
아마 내가 이룰 수 있는 꿈같은 건 없을걸
다만 네 숨소리를 듣고 너의 꿈을 엿보고 그렇게 산다지

너는 가난한 어부와 결혼을 해도 좋아
내가 입을 벌리면 물고기 열매를 따다 줘
나는 너희의 말없는 허수아비가 되어
거기 날아든 괴로움의 새를 멀리 쫒아내 줄 수도 있지

이 세상 모든 것이 깊게 잠들고
달빛 머문 창가로 가면
밤 하늘 은하수 길에 조각배 하나 띄우고
바람을 기다려

보일락 말락 저 보일락 말락
녹슨 바다 저 너머에 있을지도 몰라
보일락 말락 저 보일락 말락
잠든 널 데리고 갈까 있을지도 몰라
크래미 섬

나와는 별개로 살아가는 이웃집 여자
쯤으로만 생각하려 했지 그러나
너의 눈에선 늘 초록별이 빛났지
소원을 빌기 위한 별 하나가 문득
반짝이고 있었지

언젠가 우리가 이별할 때 오면
우리들 사이에 내리는 비로
아름다웠다던 너의 푸른 저물녘이
젖지 않게 소원을 빌었지

보일락 말락 저 보일락 말락
녹슨 바다 저 너머에 있을지도 몰라
보일락 말락 저 보일락 말락
잠든 널 데리고 갈까 있을지도 몰라
크래미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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