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한동근, 최효인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애타게
사라져 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향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해 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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