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는
대한민국 장교였어
어렵게 날
7년만에 낳으셨지
그 어떤 남자보다
멋진 남자여서
하늘이 먼저
데려갔나 봐 탐이 나서
내 나이 서른 여덟
아버지의 뒤를 따라
세상을 등지려
시도했던 세번의 자살
나도 알아
얼마나 무책임한건지
돌아보면 그때만큼
소중한건 없지
2년전 겨울부터
치매로 악화된 건강
네살짜리 어린아이처럼
변해버린 엄마
모든게 내 탓인 것
같아 맘이 아파
엄만 내 이름은 물론이고
본인 이름조차 몰라
산다는게 그렇지
나이가 들수록
더 그날이 그립지
내가 출연했던
영화속의 일들이
나의 현실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그땐 내가 어려
그땐 내가 너무 어려서
그게 사랑인 줄 몰랐어
그땐 어리석어
그땐 내가 어리석어서
그게 사랑인 줄 몰랐어
몰랐어 그땐
가난과 정면충돌했던
예민했던 나의 사춘기
자격지심과 열등감으로
난 병이든 사고뭉치
친구들의 대가리
내 말이 곧 법이지
키가 커가는 이 적개심이
유일한 내 벗이지
가난했던 부모님은
마치 남인 것 같았어
세련되고 부유했던
친구 부모와는 달라서
입에 담지도 못할
말들로 가슴에 못 박았어
발목이 없는 사람 앞에서
신발 탓하며 살았어
어쩜 난 문제아였던 그때와
변한게 하나도 없는것 같아
결국 나를 비추지 않는
하늘의 밝은 태양 보다는
언제나 나를 밝히며 사는
어머니라는 달이 더 밝아
어디 계시나이까
나의 아버지여
어디 계시나이까
나의 어머니여
가는 세월에 몸이 늙어
흰 백발이 흩어져도
아들 걱정에 발 못
뻗는 나의 부모여
자궁 속을 뛰쳐나와
흙속으로 가
이젠 잊혀지고만
그대 삶이 드라마
후회 없이 살았노라
네게 말은 했다만
소년을 품고 사는
서른살에 쓴 동화
자궁 속을 뛰쳐나와
흙속으로 가
이젠 잊혀지고만
그대 삶이 드라마
후회 없이 살았노라
네게 말은 했다만
소년을 품고 사는
서른살에 쓴 동화
그땐 내가 어려
그땐 내가 너무 어려서
그게 사랑인 줄 몰랐어
그땐 어리석어
그땐 내가 어리석어서
그게 사랑인 줄 몰랐어
몰랐어 그땐 몰랐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