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를 사랑한 나무

소녀를 사랑한 나무


회색빛 사막에 홀로 놓인 욕조 속에
너는 한숨에 뛰어든다
해맑게 웃으며 첨벙대는 아이처럼
나의 도시는 초록으로 젖네

하늘색 유리벽 수조 속에 가라앉아
나의 얼굴을 쓰다듬는
촉촉한 햇살에 너의 눈은 더욱 빛나
작은 나비처럼 날개를 팔랑대

멍하니 모래성을 짓던 나의
등 뒤에서 넌 조용히 다가와
날 안고
단말마의 비명도 없이
넌 내 마음속으로
몸을 던져

너는 한숨에 뛰어든다
그 명랑한 흰 다리로 날 흔드는 소녀처럼
나의 하늘은 분홍으로 젖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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