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엄마 엄마)

이연실


엄마 일 가는길엔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엄마 엄마 나 죽거던 앞산에 묻지말고
뒷산에도 묻지말고 양지 좋은 곳 묻어주
비오면 덮어주고 눈오면 쓸어주
내 친구가 나 찾으면 엄마 엄마 울지마
논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 기럭 기러기 날아 갑니다
가도 가도 끝도 없는 넓은 하늘을
엄마 엄마 찾으며 날아 갑니다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밤
시골집 뒷산길이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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