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푸라민

미도


그날 저녁을 잊을 수 없어요

초등학교 다닐 때 어느 저녁

전자오락이 너무나 하고 싶어

엄마 지갑을 뒤지던 나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현장에서 딱 걸리고 말았죠

한두번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울 엄마 오래 참으신 듯

큰 몽둥이 하나 가져오시더니

몇대 맞을 거냐고 물으셨죠

어린 나는 고민 또 고민

내가 내린 결정은

열한대

맞은 게 하도 아프고 서러워

혼자 방에 누워 울고 있는데

엄마가 말 없이 들어오시더니

안티푸라민 조용히 내 종아리에 바르시고

흐느끼시던 엄마의 목소리

'다신 그러지 마래이'

지금도 엄만 그 얘길 하시며

그땐 내가 미안했다 그러시는데

엄마 때문에 나 이렇게 클 수 있었죠

그러니까 미안하단 말 그만하세요

가끔은 그때가 그리워요

아픔을 주기에도 아픔을 받기에도

너무 많이 커버린 나

이런 내가 너무 가여워

오늘도 혼자 몰래 울죠

내 멍든 가슴을 보니

엄마 내겐 안티푸라민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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