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편

권순관


처음 너를 마주한
10월, 서늘한 그 밤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잊을 수 없었어

추운 이불을 덮은
겨울, 너를 재우고
잠시 앉아 너를 내려본
작은 내 방 한구석이
그리워 난
두 눈 감은 너와
야윈 몸으로
날 파고드는 그 따스함이
길었던 어둠이

아주 오래되진 않아도
멀리 지난 걸까
돌아갈 수는 없을까
무심코 쓰다듬은 얼굴
그 익숙하고 당연한
서로의 몸짓들도 이제는
기억으로만 다시
되뇌이고 있네

그리워 난
숱한 인사에도 아쉬움으로
발을 뗄 수가 없었던 우리 둘
그 언덕을 내려와
다시 만날 그날만을 기다리던
여유 없던 젊음
그래서 아름다웠고
더 사랑했기에

깊고 검은 두 눈을
끝없이 바라보던 나
그날이 그리워
다신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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