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삼천포
파도는 높았지만 해수욕장은 작기만 해
꼬마들이 쓸렸다가 다시 뱉어지네
뭐가 재밌는지 깔깔거리는 녀석들
나도 부러운 마음에 뛰어 들었네
캐치볼 하려 가방을 뒤졌지만
글러브만 남아 나는 허무해졌네
허기가 진 마음에 들어간 가게에서
삶은 계란을 샀다 그거로 캐치볼하다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머리에 맞았는데
아뿔싸 머리에 흐르는 노른자와 흰자
바다에 첨벙하고 뛰어들었었다가
입안에 섞인 노른자와 바닷물이 고소하다
해가 지니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코고는 소리처럼 철썩 되기만 하네
가식과 저주들 모두 내머리 속에서
사라져가네 잊혀져가네 내 맘에
편안해진 나도 코골며 자고 있네
걱정하면은 뭐해 세상은 다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