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
아니 벌써 30대 허나 난 양복을 안 입었어
어쩔 수 없이 아저씨로 변하는 것이
아주 싫어
다시 바뀔 그런 결정은 아냐 하지만
여긴 너무나도 가시밭길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하지만 날 비추던 해는 저물었더라
[태훈]
두시간 반을 버스로 가야
겨우 볼 수 있는 화려한 네온사인의 도시 간판
이 곳에서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코드를
반드시 간파해야 그들의 손가락질에서 벗어난대
다른 이들의 시선 속에서 난 작아진다
내게 필요한 건 대인기피증 자가진단이
아닌 비싼 신발과 악세서리
누구를 위해 사는지 내 마음속에서 소리를
들어도 소홀히 들었지 암 쏘 쏘리 맨
나도 허접쓰레기 3류 못난 놈인 걸 알아
기분 좋은 소리만 골라 듣는 멍청한 청각
어디를 가도 싼 티 나는 농촌 총각
나의 청춘은 가고 뱃살에 주름 백수 되기
생각보다 참 쉽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헤드폰만 쓰고 있다
보니 나잇값도 못하는 30대
[태훈]
현실의 벽 앞에서 결국 무릎 꿇린
나와 나의 친구들의 가슴 속에
있는 곳은 브루클린
허나 여기는 경상북도 영주라는 곳
이곳에서 힙합 차림은 괜히 싸움 붙어
123부터 456789까지 밖에
모르는 시절 우리 집 팔구
좁은 단칸방으로 이사 왔어 내 다섯 식구
물 한 바가지 떠놓고 전부 다 손 씻구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한 채로
손과 발엔 언제나 연탄재로
까맣게 물들어 있어도 나를 위로해 준
친구는 있어
낡은 전축과 그리고 공테잎 여러 개
그때부터 난 게토 슈퍼스타
그 꿈에서 안 깨고 싶었었다
그러나 아침 햇살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괴로워 슬퍼진다
[태훈]
거울에게 물어봤어 나는 아직 코흘리개인줄
알았는데 생긴 거랑 어울리게
거짓과 위선을 외투처럼 걸쳐
무능이 담배라면 이미 나는 골초
이제 난 술과 나이만 먹고
이제 난 욕과 한숨만 뱉고
이제 난 미친 오기만 가진 놈 망가진 내 마음가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