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동백

김훈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산에 뻐꾸기 울고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불고 고달퍼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고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래벌에

외로히 오로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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