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의 꽃 Ⅱ

이종환


난 곧 그 꽃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왕자의 별에는 전부터 꽃잎이 한겹인
아주소박한 꽃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자리를 거의 차지하지 않았고,
귀찮게 굴지도 않았다.
그것들은 어느날 아침 풀속에 나타났다가는
저녁이면 사라져버리곤 했다.

그런데 그 꽃은 어딘지 모를곳에서
날아온 씨앗으로 부터 어느날 싹이 텄다.

그래서 어린왕자는 다른 싹들과 닮지 않은
그 싹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새로운 종류의 바오밥 나무일지도 모를 노릇이야

그러나 그 작은 나무는 곧 성장을 멈추고
꽃을 피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꽃망울이 맺히는 것을 지켜보고있던
어린왕자는 거기에서 어떤 기적같은것이
나타나리라 예감했다.

그러나 꽃은 그 연녹색 방속에 숨어
언제까지고 아름다워질 준비만 하고 있었다.
꽃은 세심하게 빛깔을 고르고 있었다.
천천히 옷을 입고 꽃잎을 하나씩 둘씩
다듬고 있었다.
그 꽃은 개양귀비꽃 처럼 구겨진 모습을 밖으로
나타내고 싶어하지 않았다.
자신의 아름다움이 최고로 빛을 발할 때에야
비로소 나타나고 싶어했다.
아 정말 아주 애교스러운 꽃이었다.

그 꽃의 신비로운 몸단장은 몇일이고 계속됐다.
그리하여 어느날 아침 바로 해가 떠오르는 시각에 그 꽃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처럼 공들여 몸치장을 했으면서도 그 꽃은 하품을 하며 말하는 것이었다.
아~ 이제 막 잠이 깼답니다.
용서하세요 제 머리가 온통 헝클어져 있네요

어린왕자는 그때 감탄을 누를 수 없었다.
참 아름다우시군요

그렇죠? 그리고 난 해와 같은 시간에 태어났답니다.
꽃이 살며시 대답했다.

어린왕자는 그 꽃이 그다지 겸손하지는 않다는점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 꽃은 너무도 감동적이 아닌가

아침 식사 할 시간이군요 제 생각을 해주실 수
있을른지요
잠시후 그 꽃이 다시 말했다.

그래서 몹시 당황한 어린왕자는 신선한 물이 담긴
물뿌리개를 찾아 그 꽃의 시중을 들어주었다.

이렇게 그 꽃은 태어나자 마자 까다로운 허영심으로
그를 괴롭혔다.

어느날은 자기가 가진 네개의 가시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어린왕자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호랑이들이 발톱을 세우고 와도 좋아요
내 별에 호랑이는 없어요 그리고
호랑이는 풀을 먹지도 않아요
라고 어린왕자는 항의했다.

저는 풀이 아니에요 그 꽃이 살며시 대답했다.
용서하세요 난 호랑이는 조금도 무섭지 않지만
바람은 질색이랍니다. 혹시 바람막이가 있으세요?

바람이 질색이라 식물로서는 안된일이군.
이 꽃은 아주 까다롭구나
어린왕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녁에는 나에게 유리 덮개를 씌워주세요
당신의 별은 매우 춥군요
살기도 좋지 않구요 내가 살던곳은...

그러나 꽃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꽃은 씨앗의 형태로 온 것이었다.
다른세상에 대해서 아는게 있을리 없었다.

그처럼 뻔한 그짓말을 하려다 들킨게 부끄러워진
그 꽃은 어린왕자를 탓하기 위해 기침을 두번했다.
바람막이는요?
찾아보려는 참이었는데 당신이 말을 계속 했잖아요
그러자 그 꽃은 그래도 어린왕자에게 가책을
느끼게 하려고 더 심하게 기침을 했다.

그리하여 어린왕자는 사랑에서 우러나온 호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말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몹시 불행해졌다.

어느날 그는 털어놓았다.
꽃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했어.
꽃들의 말엔 절대로 귀를 기울이면 안되는 법이야

바라보고 향기를 맡기만 해야해
내 꽃은 내별을 향기로 뒤덮었어.
그런데도 나는 그것을 즐길줄 몰랐어.
그 발톱이야기에 눈쌀을 찌푸렸지만
실은 가엾게 여겼어야 옳았던거야

그는 또 이렇게도 말했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이해할줄 몰랐어.
그 꽃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만 했어.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선사했고,
내 마음을 환하게 해주었어.
결코 도망치지 말았어야 하는건데...
그 가련한 ? 뒤에는 애정이 숨어있다는걸

꽃들은 그처럼 모순된 존재거든.
하지만 난 너무 어려서 그를 사랑할줄을 몰랐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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