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새, 나무

이호찬


저기 저 산꼭대기
하늘 처마 끝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한 그루 있어
숲은 잠들어
이리도 고요한데
그 끝에 선 나무
늘 깨어있지
모진 비바람
저리 불어와도
의연히 서있는 나무
잿빛 구름 저 산을 덮어
차라리 눈감아도
볼 수 있지
가자 이제
저 숲 속으로
좁게 난 길을 따라
저기 저 산꼭대기
그 나무 아래로
새들도 함께 노래하게 해

미풍에도 잠 못 들고
처연히 서있는 나무
그 가지 사이로
저 푸른 하늘이
이렇듯 멀리서도 잘 보이니
가자 이제 저 숲 속으로
길 없는 길을 따라
저기 산꼭대기
그 나무 아래로
부는 바람으로 얘기하게 해
가자 이제 저 숲 속으로
길 없는 길을 따라
저기 산꼭대기
그 나무 아래로 부는 바람으로
얘기하게 해
저 새들도 함께
노래하게 해
숲은 잠들어
이리도 고요한데
그 끝에 선 나무 늘 깨어있지
그 끝에 선 나무 늘 깨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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