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 (시인: 노천명)

이선영

♣ 장    날

-노천명  시

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 리를 걸어 열 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

송편 같은 반달이 싸릿문 위에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 방울에 지껄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까워지면
이쁜이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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