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오 (시인: 신동엽)

박일

♣ 아 니 오

-신동엽  시

아니오
미워한 적 없어요,
산마루 투명한 햇빛 쏟아지는데
차마 어둔 생각 했을리야.

아니오
괴뤄한 적 없어요,
능선 위 바람 같은 음악 흘러가는데
뉘라, 색동눈물 밖으로 쏟았을 리야.

아니오
사랑한 적 없어요,
세게의 지붕 혼자 바람 마시며
차마, 옷 입은 도시 계집 사랑했을 리야.

♠♠ 모순된 현실 속에 사는 절망감. 괴로움. 회의를 역설적으로 노래한 시다. 3 연에서는 “도시 계집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소시민으로서의 자신과 “세계의 지붕 혼자 바람 마사”는 역사 속의 한 지식인으로서의 자신 사이의 갈등이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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