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 (시인: 조지훈)

김수희

♣ 승무(僧舞)

-조지훈  시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을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도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煩惱) 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구도자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모든 번뇌를 예술을 통해 종교적 경지로 승화 시키고 있는 여승의 자태에서 불교적 선(禪)의 세계와 고전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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