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향자 가진 기생들이 차례로 들어와도 춘향은 종시 없거늘 사또 물으시되,
“너의 고을에 춘향이라는 기생이 있다는데 점고에 불참이니 웬일이냐?”
호장이 여짜오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춘향은 본시 기생이 아니오라 양반의 기출로 대비 넣고 물러 나와 여공만 숭상허옵다가, 구관 자제 이몽룡씨와 백년 언약허고 올라가신 후로 수절허고 있나이다.”
사또 들으시고,
“얘, 거 희한한 말 듣겠구나. 들으매 춘향모가 있다하니 춘향 에미를 불러라.”
사또께서 춘향모를 불러 세우고 청혼 말을 허는디,
“네가 춘향모라지?”
“예, 춘향에미올시다”
“들으매 네 딸이 천하 일색이라는구나. 구관자제 수절을 한다하니 젊은 아이를 혼자 둔 것이 부당허지. 내 또한 내행이 없으니 저를 비단 별장으로만 알겠느냐? 그도 그러하려니와 허다한 좋은 세간 제가 모두 차지할 것이니 기룰게 무엇이며, 지어 너까지 사소한 청도 할 것이니 이런 때 후분을 생각 하여라. 좋은 때가 항시 오는 법이 없느니라.”
[단중모리]
춘향 어머니 여짜오되,
“변변치 못헌 딸 자식이 전 전 구관 사또 자제와 백년 언약을 헌 연후으 호사다마허여 도련님을 이별허고 독수공방 주야 상사 찾을 날만 기다리며 근 수년을 고집허니, 아무리 에미라도 옳게 허는 자식더러 어찌 글타 허오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