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떠나
돈이 한푼 없어도
오늘 떠나
내가 내일 죽어도
오늘밤에 비바람이
불어도
오늘밤에 벼락들이 쳐도
오늘 떠나
가족까지 전부 잊고서
종점에 가면
바다가 있겠지
그 바다에는
나를 태워다 줄 비행기
비행시간 이틀밤이 걸려도
이륙하지 철 없는 나의
어린 시절
몸에 털들이 많이 자랐는데
나는 징그럽도록 다 컸는데
오늘 떠나
돈이 한푼 없어도
오늘 떠나
내가 내일 죽어도
오늘밤에 비바람이
불어도
오늘밤에 벼락들이 쳐도
오늘 떠나
가족까지 전부 잊고서
창문에 비춘 나는 아직 숨쉬고
두고온 것들 땜에 가슴 쓰리고
낯선 풍경에 겁을 먹었고
돌아가기에는 낯선 내가 보이고
아빠 양복이 이제 맞는데도
나는 이미 건장하게 컸는데
오늘 떠나
돈이 한푼 없어도
오늘 떠나
내가 내일 죽어도
오늘밤에 비바람이
불어도
오늘밤에 벼락들이 쳐도
오늘 떠나
가족까지 전부 잊고서
나는 사실 아직 너무 어린데
아직 엄마 치마자락안인데
오늘 떠나
돈이 한푼 없어도
오늘 떠나
내가 내일 죽어도
오늘밤에 비바람이
불어도
오늘밤에 벼락들이 쳐도
오늘 떠나
가족까지 전부 잊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