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숲을 깨우고
별도 달도 재우고
오는 바람 따라 걸으면
오늘은 어떤 꽃말의 향기가
내 옷자락에 스밀까
시들어갈 걸 알지만
나는 왜 자꾸 피어나는지
저물어갈 걸 알지만
나는 왜 자꾸 자라나는지
살랑이는 예쁜 꽃들을 봐
그윽한 향기로 부르잖아
나는 벌도 아니고 나비도 아닌데
사뿐히 내려앉았네
내 맘에 피울
꽃 한 송이 찾아 헤매다
가는 바람 따라 걸으면
오늘은 어떤 꽃잎의 향기가
내 눈망울에 고일까
바래져갈 걸 알지만
나는 왜 자꾸 물드는 건지
흩날려갈 걸 알지만
나는 왜 자꾸 서있는 건지
살랑이는 예쁜 꽃들을 봐
그윽한 향기로 부르잖아
나는 벌도 아니고 나비도 아닌데
사뿐히 내려앉았네
온 세상의 꽃향기를 다 맡으면
또 어떤 바람이 불까
흔들리는 여린 꽃들을 봐
애틋한 향기로 부르잖아
아직 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데
살며시 내려앉았네
나는 벌도 아니고 나비도 아닌데
오늘도 날아들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