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솟은 봉우리가
저녁 해의 꼬리를 잡아
저 멀리부터 내 위까지
노을이 늘어질 때면
발개벗은 세 살 아이가
동네 개들을 쫓아
불안하게 달려 가고 있었지
개울 따라 놓여있는
평상 위에 어르신들이
아까 손님들이 먹고 남긴
저녁상을 치우다 말고
평상 끝에 걸터 앉은 채
발을 물에 담그고
늦은 더위를 꾸짖고 계셨지
종곡리 8월에
캄캄한 밤 앞뜰에다
돗자리를 펴고 누우면
겨울 눈송이가 여름 몰래
하늘을 뒤덮고 있었지
귀뚜라미 울음 소리와
늦은 매미 소리에 홀려
내려오는 별도 있었지
아즈라히 기억끝에
걸터 앉은 추억
이따금씩 어깨 두드려
같이 손 잡고 놀면
그래 오늘 힘든 하루는
이것 하나만으로
민들레 홀씨처럼
흘러 가는 걸
높이 솟은 봉우리가
저녁 해의 꼬리를 잡아
저 멀리부터 내 위까지
노을이 늘어 질 때면
그 때 그 마을의 향수가
아련하게 밀려와
눈을 감은 나를 데려나 놓지
종곡리 8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