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윙 울리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빙빙 돌아가는
나의 옷가지처럼
깨끗이 씻겨 질 수 있을까
깊이 쩌든 하얀 셔츠의 때처럼
물 빠진 청바지의 색처럼
모두 다 씻겨 질 수 있을까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그냥 혼자 있던 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냥 세탁기에 내 맘을 돌려서
다 잊었음 좋겠어
세젤 부으면
더 깨끗이 지워지겠지
락스도 넣으면
아무것도 안 남을 거야
모두 다 씻겨 질 수 있겠지
30분 지나면
내 옷엔 그녀 향기도
모두 다 없어져
더 좋은 향기가 나겠지
이제는 나 혼자만 있겠지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그냥 혼자 있던 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냥 세탁기에 내 맘을 돌려서
다 잊었음 좋겠어
계속 돌아가는 그녀의 흔적이
모두 다 씻겨져 가는 이 시간들이
숨이 막혀 답답한데
이제 지워지는 그 향기마저도
나 또 다시 그리워질까 봐
왜 겁이 나는지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그냥 나 혼자 있던 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냥 세탁기에 내 맘을 돌려서
다 잊었음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