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년에 녹음된
증조 할머니의 기침 소리다
이 겨울따라 점점 볼륨을 높여
내 목뼈 근처로 틀어대고 있는
고향의 소리다
말하자면 서낭나무를 찍어대던
옆집 머슴 귀동이의 낫이거나
그 시퍼런 날 밑을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온 귀신들이
얼어붙은 어둠길을 쓰러질 듯 쓰러질 듯 지나
증조 할머니 심장 안으로 비스듬히 누워
조금씩 조금씩 다 갉아 마시고
낡은 것들이
그 몸을 끌고 가는 소리
바람이 분다
겨울바람은 내 유년의 청기와 이끼를 벗기고
거기 묻어있던 하늘을
얼음속에다 꾸겨 넣는다
햇볕이 떨면서 달아난
증조 할머니 귀향 길에 듣던 소리
콜록콜록콜록콜록
지금은 지구가 안보이실 만큼 가셔서
이승을 씻어내고 계실까
세월이 흘러도 기침 소리가 들린다
내 유년이 부축해 드린 기침 소리가
가래 끓는 소리가
아무도 눈치 안채게 털 오바 한 벌쯤 얻어 입히려 한다
사람들이 모두 잠든 이 겨울
늘 삼경으로만 있는 바람 소리는
내 심장과 내 살을 마구 뜯어내고
증조 할머니를 부르는 목소리가 된다
증조 할머니 목소리를
잘 흉내 내어
이 겨울은
그 귓속으로 들여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