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즈막이 일어나
몇 시지 눈 비비고 기지개
부스스 담배 한 대 피기
밤새 켜있던 TV
얼음 방바닥 텅 빈 집 헛기침
어떤 꿈을 꿨던 어제 꿈은
책을 덮듯이 접지
도시 빈민 거울 속 길치가 서 있지
뭐 입지
공장에서 똑같이 만든 옷 입고선 멋있다
미소 짓고선 유행 지난 건 안 돼
누가 비웃어
녹슨 관을 따라
집구석까지 흘러온 물로 씻고선
남들 다 쓰니까 그냥 믿고선 문을 박차
도시에서 가장 차가운 곳 모두 바빠
빼곡하게 맞물린 보도블록과
삐져나온 벽돌 하나
그 머리 위 지나가는
학생 회사원 어린이
발길질에 매일같이 나처럼 채이겠지
내 책들을 크기 맞춰 자르려고 해
삐져나오면 다 찢으려고 해
읽지 못한 부분이 더 많은데
그게 내 전부인데
가끔 나는 엉뚱한 곳에
착륙한 공수부대원 같아
여기가 아닌데
모두 다 잃게 될 것 같아
소중해 모두 다 마주보는 눈빛
스치는 불꽃같은 느낌
살아 움직이며 일어나는 그림같은
나를 둘러싼 모든 것
모든 이 친구 입가의 작은 미소
그 모습이 내가 지켜야 되는
마지막 진실인지도 모르지
바위틈에서 싹튼 꿈이 절박했던만큼
날 지켰어 가끔 아니 항상
간디처럼 살고 싶었어
무엇이 될까 보다
어떻게 살까를 말하며 바라며
사라져가는 무언가를 쫓으며 살았어
그게 이상한 건가 봐
얼굴에 뭐가 묻었나 봐
아직도 날 애기로 보는 우리 엄마가
또 옳은 건가 봐
문득 어렸을 때 나는
어떤 아이였는지 어렴풋해
나중엔 어떤 사람이 돼있을지
이 길의 끝에
어떤 사람이 돼있을지
이 길의 끝에
진짜 모르겠다
어떤 사람이 돼있을지
내 책들을 크기 맞춰 자르려고 해
삐져나오면 다 찢으려고 해
읽지 못한 부분이 더 많은데
그게 내 전부인데
가끔 나는 엉뚱한 곳에
착륙한 공수부대원 같아
여기가 아닌데
모두 다 잃게 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