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세시 반 쯤
딱히 목 마르진 않지만 느끼는 갈증
그녀가 골라준 옷 말고 안쪽, 사랑하기 전에 산 옷 골라
가끔, 아 자주 난 옛 기억을 찾아
그녀와의 사랑했던 나날 추억은 차츰 잊혀져
설랬던 맘은 무뎌져
난 알아, 멀지 않은 종착점
'이렇게 점차 흐려지겠지' 문득 든 생각
난 늦게 집을 나서, 허나 걸음은 역시 천천히
미운 모습 보이려, 번번이 약속 어기고
툴툴 거리고 그녀가 선물해준 물건들 버린 것
이제 눈치 챘을까?
그녀를 만난 순간 환희 웃는 모습, 머릿속은 깜깜
아무것도 모르는 너
그 앞에서 머뭇거리는 나
혀끝에만 맴돌다 오늘도 하지 못한 말
'늦어서 미안'이라는 말을 건네
괜찮다는 그녀와 길을 걷네
사실 그녀가 아닌 무거운 어깨에 올려진 죄책감과 함께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모습,
미안한 맘에 억지로 짖는 웃음에 입술에서는 쓴 맛이 느껴져
찡그리고는 다시 무표정, 아 웃는 척 긴장을 놓지 않아
동시에 맘에 담아뒀던 말도 잊지 않아
꺼낼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잖아
나 이제는 지쳤거든..
'나 내게 미안하지만 할 말이 있어
쉿, 진지하니까 가만히 있어
내 맘엔 이미 너의 자리는 없어'
이렇게 쉬운데 왜 난 말하지 못할까..
아무것도 모르는 너
그 앞에서 머뭇거리는 나
혀끝에만 맴돌다 오늘도 하지 못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