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 길따라
꿈 속을 가듯
정처없이 걸어가네
걸어만 간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네 빼앗기겠네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절며 하루 걸러 봄 신명이
가슴에도 지폈네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네 빼앗기겠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 바른이가 지심매던
그 들이라도 보고 싶네 보고만 싶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네 빼앗기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