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셋에 마누라뿐

이익현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덞
엄마손을 붙들고 국민학교에 입학할때
나는나는 정말정말 좋았지
여덞나이 알면은 뭣을 알겠니
그냥 그냥 스쳐간 순간이었지

그리하여 아홉 열
열하나 열둘 그리고 열셋
열셋나이 난생처음 그애 뒤를 쫓아갔네
막연히 예뻤던 그 아이집을
책가방 등에 매고 기웃거리다가
나뭇잎만 바라보다 집에 돌아왔네

열셋 다음에 열 넷 열셋 다음 열넷
난생처음 긴머리를 정신없이 빡빡깍고
검정교복에 검정모자 머리에 눌러쓰고
중학교라 하는 곳에 들어보니
아이고 따스했던 그 옛날에 그리워진다

그리하여 열일곱 열여덞
정말로 먹성좋았던 열아홉
수업시간 쉬는시간 정신없이 야금야금
점심 도시락 몰래 헐레벌떡 까먹고
점심시간 되자마자 담치기해서 라면을 먹다
뺑뺑이 돌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스물셋 다음에 스물넷 스물넷 다음에 스물넷
열심히 살려고 노력도 했고
이것이 옳다 저것이 옳다
하나님일까 부처님일까 고민도 했고
밤새도록 술과 함께 술도 즐겼고
밤새도록 친구와 함께 우정도 나눴지

내나이 그러다본께 서른하고 둘이라
남은 것은 딸셋에 마누라뿐이라
남은것은 딸셋에 마누라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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