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삼십 년을 일하다가
직장에서 튕겨 나와
길거리로 내몰렸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백수라 부르지
월요일에 등산가고
화요일에 기원가고
수요일에 당구장에서
주말엔 결혼식장 밤에는 상가 집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세상나이 구십 살에
돋보기도 안 쓰고
보청기도 안 낀다
틀니도 하나 없이 생고기를 씹는다
누가 내게 지팡이를
손에 쥐게 해서
늙은이 노릇하게 했는가
세상은 삼십 년간 나를 속였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마누라가 말리고
자식들이 뭐라해도 나는 할 거야
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을 할 거야
서양말도 배우고
중국말도 배우고 아랍말도 배워서
이 넓은 세상 구경 떠나나 볼 거야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아비 되고 할배 되는
아름다운 시절들
너무나 너무나 소중했던 시간들
먼저 가신 아버님과
스승님의 말씀이 새롭게 들린다
인생이 끝나는 것은
포기할 때 끝장이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