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정태춘, 박은옥


창문을 열고 음, 내다 봐요 저 높은
곳에 우뚝 걸린 깃발 펄럭이며 당신의
텅 빈 가슴으로 불어오는 더운 열기의
세찬 바람 살며시 눈감고 들어 봐요 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가쁜
벗들의 말발굽 소리 누가 내게 손수건
한 장 던져 주리오 내 작은 가슴에
얹어 주리오 누가 내게 탈춤의 장단을
쳐 주리오 그 장단에 춤추게 하리오 우산을
접고 비 맞아 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당신의 그늘진 마음에
비 뿌리는 젖은 대기의 애틋한 우수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 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 주리오 누가 내 운명의
길동무 되어 주리오 어린 시인의 벗
되어 주리오 ※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소 ※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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