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박제광

등짐이 없어도 낙타는 걷는다
고색한 성채의 늙은 병사처럼
지워진 길 위의 생애, 여정은 고단하다

생을 다 걸어가면 죽음이 시작될까
오래 걸은 사람들의 낯익은 몸내음
떠나온 것들은 모두 모래가 되어 스러진다

모래는 저 홀로 길을 내지 않는다
동방의 먼 별들 서역에 와서 지면
바람의 여윈 입자들 사막의 길을 만든다

낙타는 걸어서 죽음에 닿는다
삐걱이는 관절들 삭아서 모래가 되는
머나먼 지평의 나날 낙타는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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