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벤치

김창완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바람의 편지처럼
흩어지는 피아노 소리
아기손으로 만져 봤던
장난감 피아노
몸으로 스며들던 그 소리
추억을 부르는 바이올린
내게 여신이었지 그녀는
환상이 그녀를 지켜주었지
웃을 때마다 움직이던
입술의 점을 보았지
눈을 마주칠 용기가 없었으니까
시간은 모든 것에 무관심했지만
추억을 부스러기로 남겼지
가끔은 생각이나 지나온 날들이
그 시간들이 남의 것 같아
조금만 더 젊었으면
거리의 불빛들이
아마 아늑해 보였을 텐데
공원에 앉아 있었지
흘러가는 사람들
별은 점점 더 밝아지고
나이 든 여자가 다가와
앉아도 되냐고 물었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어
끈이 풀린 신발 위에
오래된 바이올린
그년 퀼트 가방을 메고 있었지
그렇게 우린 만났어
세월의 흔적처럼
노인의 벤치에 앉아서
날 보고 빙긋 웃었지
나도 그녈 보고 웃었어
주름을 볼 용기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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