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時雨) : 때 맞춰 내리는 비
오렌지플레인
비가 내리려 하는 조금 싸늘해진 거리에
우산도 없이 헤메이는 사람이 있어
세상을 깨워주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도
귓가에 익숙한 소음도 사라진 거리
차가운 빗방울이 어깨에 살며시 닿은 그 순간
오랜 꿈 속에서 깨어나 눈을 떴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내 곁엔 아무도 없었어
슬픈 멜로디의 빗방울 소리만 귓가에 맴돌아
걸어가던 길을 잠시 멈춰서서 내 손을 바라봤어
지금껏 이 손에 쥐고 있던 것은 무엇일까
오래전 가슴 속에 품어왔던 모든 꿈은
끝없이 내려오는 빗물에 전부 흩어져버리고 말았어
커다란 창문에 비춰지는 일그러진 내 모습을
끝없이 내려오는 빗물조차 씻어줄 수는 없는걸까
고개를 들고서 앞을 바라봐도 변한건 없었어
길을 잃어버린 내겐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걸
걸어가야 한다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망설이고 있어
지금의 나에겐 돌아갈 곳 조차 없는데도
빗속에 혼자 남겨져서 아직도 이런 날 인정하지 못해
헤메이고 있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가야만 해
지금까지 내가 잃어버린 것들 찾을 수 있도록
언제까지라도 걸어갈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한 거야
지금 내 모습 시간이 지나면 가볍게 웃어넘겨버리겠지
비가 멈추고 나면 이 거리에서 세상을 깨우던 많은 소리들
다시 내 귓가에 들려올꺼야